[영암군 정책현장을 가다]영암 원용당마을, 자원봉사 덕에 때 빼고 광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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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 정책현장을 가다]영암 원용당마을, 자원봉사 덕에 때 빼고 광냈다

영암봉사단과 전남행복버스의 ‘영암봉사 나눔데이’에 호강한 어르신들

영암봉사나눔데이_메이크업
[뉴스앤저널]“50년 넘게 여기 (마을에서) 살았는디, 오늘 호강했제. 도우미들은 가끔 봤지만, 이렇게 많이 (봉사단원들이) 마을에 온 것은 처음이여.”

영암군 삼호읍 원용당마을에 사는 천난지(75) 어르신은, 23일 호강했다. 영암군자원봉사센터와 전남자원봉사센터가 한 달에 한 번, 영암의 한 마을을 찾아가는 ‘영암봉사 나눔데이’ 행사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받았다.

오전 9시 30분경에 마을회관에 나온 천 어르신은, 마당에 자리 잡은 전남자원봉사센터의 ‘찾아가는 나눔 이동 세탁차’ 2호차에 땀 냄새 나는 이불 2채를 맡겼다.

이어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가자, ‘우리마을에 영암봉사단이 떴다’란 문구가 써진 붉은 조끼를 입은 봉사단원들이 천 어르신을 맞았다. 이들은 삐죽했던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메이크업으로 얼굴에 꽃단장도 해줬다. 옆에서 커트와 메이크업을 기다리던 다른 마을 어르신들은 “오메, 저 아짐 겁나 이뻐졌어야”라며 부러움 반 기대 반의 마음을 쏟아냈다.

방을 옮긴 천 어르신은 다른 봉사단원들의 도움으로 뭉친 어깨와 등을 마사지로 풀었다. 키오스크라고 불리는 기계로 음식 주문과 주민등록초본 발급도 연습했다. 방 한쪽에서는 영암군 공무원들이 세무·지적재조사·고충상담 등으로 나눠 마을주민의 민원을 봐주고 있었다.

마을회관 정자에서 잠시 부채 만들기 체험을 한 천 어르신은, 골목으로 나와 ‘인생사진’도 찍었다. 뒤이어 골목 어귀에 자리한 전남사회서비스원의 ‘찾아가는 전남행복버스’에 올라 혈압·혈당, 인바디, 스트레스 인지선별 검사와 건강상담을 받았다.

아버지 대에서부터 원용산마을에 살고 있다는 임동윤(73) 어르신은, “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다. (봉사단같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며 영암봉사단에 칼 4자루를 갈아달라고 맡겼다.

이날 원용산마을 봉사활동에 참여한 영암봉사단원은 총 16명. 인생사진의 ‘풍경 더하기’, 메이크업의 ‘아름다운 사람들’, 커트·염색의 ‘이미용 봉사단’, 칼갈이의 ‘아름다운 마음 봉사회’, 안마·키오스크·세탁의 ‘여성 자원봉사협의회’로 각각 소속과 맡은 일은 달랐지만, 마을 어르신을 존경하고 살피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영암읍에 사는 해승님 봉사단원은, 10여 년 전 영암봉사단의 시작부터 함께해 영암군 120개 넘는 마을의 어르신들에게 메이크업을 해줬다. 한 화장품 회사의 카운슬러로 재능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그는 “결혼 이후로 처음, 심지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메이크업을 한다는 어르신도 있다. 그 어르신이 예뻐지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다른 어르신들이 ‘나도 해달라’고 말할 때 보람이 크다”고 전했다.

이런 영암봉사단에 올해부터는 전남행복버스가 가세해 마을주민에게 다양한 건강검진·상담을 해주고 있다. 나눔 이동 세탁차는 평소 마을 어르신들의 골칫거리였던 이불 빨래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영암봉사단과 전남의 지원이 어우러지며 봉사활동의 규모는 더 커졌고, 더 많은 마을 어르신들의 참여라는 시너지 효과도 나고 있다.

이날 영암봉사 나눔데이로 원용산마을은 오랜만에 큰 잔치가 있는 것처럼 한나절 넘게 북적였다. 오후 3시 30분경, 천 어르신은 “(봉사단원들도) 바쁘고 힘드니까 자주는 말고, 가끔 와 줬으면 좋겠네”하며 세탁과 건조를 마친 이불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영암군은 마을의 신청을 받아 전라남도자원봉사센터와 ‘영암봉사 나눔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한여름과 한겨울 2달을 제외하고 매달 운영하는 행사다. 9월에도 영암군의 한 마을이 잔치같은 자원봉사로 북적일 예정이다.
온라인뉴스팀 news@news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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